명사들의 시사랑

박민규, 소설가

日日新 2014. 2. 8. 20:34

 

이 순간 지구에서 할 수 있는 근사한 몇 가지 일은 다음과 같다. 파리 라세느에서 샤또 마고를 곁들인 오리요리를 먹는 것, 그리스 산토리니의 해안에서 지중해의 풍광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인도 바라나시의 들판에 누워 밤하늘을 보며 잠드는 것, 오스트리아 국립극장에서 비엔나 필이 연주하는 모짜르트를 듣는 것, 몰디브의 푸른 물속에 자신의 전부를 담그는 것, 삿뽀로의 폭설을 지켜보며 북해도 대게를 맛보는 것,

 

그리고 돌아와 함민복의 시를 읽는 것이다. 이 중 한가지를 고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함민복을 읽는 일’을 선택할 것이다. 가장 근사한 일이란, 모쪼록 그런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지구에서. (박민규,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