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인들의 일화
염무웅, 문학평론가
日日新
2013. 9. 9. 20:09
첫 시집 <새삼스런 하루>(1973)의 발문을 보면 구약학자인 문익환 목사가 어쩌다가 시인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그 내력이 설명되어 있다. 그것은 다름아니고 1968년 4월 구약성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의 책임을 그가 떠맡게 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시가 거의 40%인 구약을 우리말로 제대로 살려내자면 시공부를 안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는 뒤늦게 우리말 시를 집중적으로 읽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읽어도 정작 시가 무엇인지 하는 것은 알쏭달쏭하기만 했다고 한다.
‘써보면 좀 알까?’ 하는 초조감에 드디어 그는 스스로 습작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가 시작(詩作)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시인이 되려고 체계적인 문학수업을 받은 결과이거나 솟구치는 예술적 감흥을 억누르지 못하여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필요에 부응하기 위하여 그렇게 한 것이다. (염무웅, 독문학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