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암송칼럼(2008-14)

손수익 前 장관의 질문

日日新 2009. 2. 12. 15:27

 

몇 해 전 장흥학당의 초청을 받고 제287회 연찬회 강연을 한 적이 있다 (장흥학당은 전 산림청장과 교통부장관을 역임한 손수익 님이 지역발전을 위해 공부모임으로 만든 기관으로 한 달에 두 번 각계의 명사를 초청해 강연회를 갖고 있다). 난 명사 축에 들지 않지만 시암송을 소개할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학당 측에서 부탁한대로 강연 초고(草稿)를 미리 보냈다.


고맙게도 강연 전 날 손 장관이 전화를 해주셨다. 묵직한 톤의 듣기 좋은 음성이었다. 몇 마디 인사가 오간 후 그는 “그렇게 좋은 게 있었으면 진즉 알려주시지...” 하며 시암송에 관심을 보이셨다. 그날 저녁 장흥에서 학당의 관례대로 강사와 임원진의 식사모임이 있었다. 참석자들이 대부분 나보다 연배가 높고 손 장관은 고등학교 20년이나 선배가 되는 분이어서 내게는 퍽 어려운 자리였다. 손 장관은 시암송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중에 시읽기와 시암송이 어떻게 다른지 물으셨다. 예기치 못한 질문이라 충분한 대답을 못 드렸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시읽기가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것이라면 시암송은 악보 없이 자유롭게 노래하는 것으로 비교된다. 또한 시를 외워두면 언제, 어디서나 (불꺼진 방에서도) 쉽게 시를 만날 수 있고, 수 없는 반복으로 숙성(熟成)된 시를 음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날 조찬 후 50여 명의 공무원, 지역유지들에게 ‘권하고 싶은 취미’라는 주제로 50분 가까이 시암송이 우리들의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드렸고, 모두들 진지하게 경청해주어서 고마웠다. 주부독서대학이나 사회복지관 등 몇 곳에서도 시암송을 소개했지만, 장흥학당 연찬회가 내게는 격식을 갖춘 첫 강연이어서 손 장관님의 질문과 함께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