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이남호, 문학평론가
日日新
2013. 1. 29. 16:47
고요란 소리나 그 밖의 물질들이 없는 상태라기보다는 움직임이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고요 속에는 어떤 물질이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고요 속은 마치 짙은 어둠 속처럼 어떤 막에 둘러싸인 느낌이다. 고요의 밀도는 보통 대기의 밀도보다 높다.
동양의 문화적 전통 속에는 ‘여백의 미학’이란 것이 있다. 비어 있는 부분이 전체의 아름다움이나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뜻이겠으나 빈 부분이 사실은 빈 게 아니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즉 ‘여백의 미학’은 ‘비어 있음의 충만함’과 연결되어 있다. (이남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