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시암송반 강좌(2009. 6 -2012. 12)를 마치며
3년 반 전, 건강타운이 만들어지면서 초대 복지운영본부장으로 취임한 제 형수의 초청을 받아 시암송반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때도 시암송전도에 관심이 컸던 터라 시를 얘기할 곳이 생겨 무척 반가웠지만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어떻게 진행해야할지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능력도 지식도 부족한 제가 대과(大過)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여러분의 한결 같은 신뢰와 따뜻한 성원 덕분이었습니다. 그동안 제 기대 이상으로 회원님들께서 능동적으로 참여해주셔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50편 이상 시암송, 시 등단, 시낭송가 자격 획득, 각종 시낭송 대회 입상 등). 우리 시암송반 활동이 광주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얻게 된 것도 기쁘게 생각합니다.
타운을 떠나려고 생각했던 것은 내년 1월 제 나이 60을 앞두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보고 싶었고, 여생의 제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처음엔 “시의집”에서 모이려고 했는데 장소가 협소하고 교통이 불편하여 더 좋은 장소를 알아 보던 중, 광주의 중심지로 대중교통이 가장 편리한 금남로 YMCA로부터 한 달에 세 번 장소를 제공 받게 되었습니다. 시운동을 어여삐 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큰 선물을 주신 것으로 믿고 감사합니다.
더구나 우리 회원님들이 많이 Y에 오시기로 하여 첫출발이 순조롭게 되었습니다. 회원님들께서는 여러 해 시 공부를 하셨기 때문에 Y에 안 나오시고도 그동안 받으신 자료집(40여 권)만 가지고도 혼자서 공부하실 수 있겠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오시면 “시공부의 끈”이 계속 이어지는 장점도 있을 것입니다. 부담없이 자유롭게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돌이켜보면 감사드려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가장 먼저 우리 시암송반 회원님들과 동호회 모임을 잘 이끌어 주신 조병기, 이양자, 이영란, 이계윤, 임영록, 이미용 선생님, 제자의 수업을 격려해주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해주신 조금석 은사님, 제게 강좌를 맡겨주신 저의 형수 박명옥 선생님과 수업 진행에 많은 도움을 주신 문화교육팀 소속 선생님들, 문학 특강을 해 주신 여러 선생님들(이강남 선생, 문병란 시인, 이해인 수녀, 범대순 교수, 김종 시인, 강만 시인, 김정희 시인, 문명섭 목사, 이영의 교장, 오소후 시인, 국효문 교수 등), 시자료집을 늘 예쁘게 반값으로 만들어 주신 현대인쇄사 이인표 사장님 등입니다.
또한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저의 시운동을 격려해주신 이강남 선생님, 조문기 선생님, 이해인 수녀님, 김형오 전 국회의장 내외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초기부터 자료집 준비할 때 타이핑과 시해설의 도움을 주신 김민하 시인과 직장을 벗어나 시활동을 자유롭게 하도록 허용해주신 문광자 선생님의 배려에도 큰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공개적으로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저에게 여러 모양으로 호의를 베풀어주셨던 회원님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 하나 하나 제 마음에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마음 아팠던 일은 우리와 함께 열정적으로 시공부에 참여하셨던 조병기 선생님과의 이별이었습니다. 또한 몇 분 회원님들이 지금 투병 중에 계셔서 마음을 안타깝게 합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누군가 제 60년의 삶(유년시절,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군복무 시절, 프랑스 유학 시절, 대학강사 시절, 건강타운 시암송 강사 시절 등) 속에서 가장 보람차고 행복했던 기간이 언제였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없이 여기 시암송반에서 여러분 처럼 좋으신 분들과 마음껏 시를 나눈 기간이라고 기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 안에서 맺어진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이 계속 이어지기 바랍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오래오래 행복하십시오! 그동안 많이 많이 고마웠습니다! 2012년 12월 문길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