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시사랑/시문학의 이해

시를 낚는 낚시꾼 (김명인, 시인)

日日新 2012. 7. 20. 19:21

시를 낚는 낚시꾼 (2)

 

한편, 씌어진 시들은 다음 시를 위한 반성의 자료로서 다시 갈무리되어야 한다. 낚시꾼이 실패한 조행에서도 다시 이어질 조행을 두근거리며 가늠하듯, 앞으로 쓸 시는 언제나 미지의 설렘으로 새롭게 잉태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안 씌어진 시는 잠재된 희망이다. 이러므로 시인이라면 누구나 시의 바다에서 월척의 꿈을 꾼다. 씌어진 한 편의 수작(우수한 작품)을 우연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낚시꾼이 낚시를 위해 헌신하듯 시인 또한 시를 위한 헌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낚시를 하게 되면 가외로 얻는 소득이 만만찮은데, 가령 싱싱한 날고기를 먹게 된다든지, 수려한 풍광을 접하면서 무념의 경지에 빠져본다든지, 다양한 체험들이 가능할 것이다. 내겐 때때로 물고기 대신 시가 미늘을 물고 올라오기도 한다. (김명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