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과의 만남
임보, 시인
日日新
2012. 6. 30. 16:21
내 나이 지천명에 이른 지 이미 오래다. 그러니 이젠 제법 익을 만도 한 나이다. 그런데 내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탁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도 무슨 욕심이 그렇게 많고 무슨 미움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바람만 조금 일어도 얼굴을 찡그리고, 돌멩이 하나만 있어도 길을 비켜 가니 이 무슨 소인배의 망동인가.
청포도가 익어 가듯 그렇게 겸허하고 지조롭고 조촐하게 늙어 갈 수는 없단 말인가. 내 되어가는 꼴이 포도는커녕 마치 떫은 산머루인 것만 같아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임보, 시인)